[한국인의 밥상]

시간을 이긴 기억의 맛

 이산가족 밥상 

완주 정농마을 떠덕범벅 닭온반

 미꾸라지 짜글이 

교동도 청춘부라보 

호박 김치지짐

 조밥식해 도루묵 맑은탕




한국인의 밥상 미리보기 


시간을 이긴 기억의 맛 – 이산가족 밥상


목 놓아 울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린 70년

꿈에서는 볼 수 있을까 평생을 잊지 못하는 내 고향,

 내 가족 보고 싶은 그대와 마주앉아 함께하고픈

 한 상을 만나다


황해도 출신 이산가족들의 그리움이 담긴 곳 – 

완주 정농마을 밥상




연분홍빛으로 물든 복숭아가 달게 익어가는 완주

 정농마을. 정농마을은 1.4 후퇴 때 황해도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땅을 개간해 손수 일군 마을이다. 집

 근처 큰 집에 놀러 갔다 갑자기 인민군이 마을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가족 하나 없이 피난을 나온

 옥봉씨는 남편 성호씨와 함께 이 마을에서 반평생을

 넘게 살았다. 북에 부모님과 형제들을 남겨두고 

남한으로 피난 내려와 마음 둘 곳 하나 없을 때,

 동향 사람인 성호씨를 만나 결혼했다는 옥봉씨!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부부이자,

 친구이다. 대부분 황해도 송화 (지금은 일부 과일군) 

출신인 이 마을 사람들은 고향이 그리울 때면 함께

 모여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을 자주 해 먹는다는데~ 

팥을 으깬 뒤 그 위에 밀가루 반죽을 뜯어 만드는 

떠덕범벅, 고향 바닷가를 떠올리게 하는 홍어찌개, 

손님이 올 때만 맛볼 수 있었다던 귀한

 닭온반까지……. 이렇게 황해도 음식을 해 먹는 날이

면 유일한 딸이었던 자신을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며 

시내를 구경시켜주셨던 아버지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는 옥봉씨. 오늘도 보고 싶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가 고향까지 들리기를 바라는 옥봉씨와

 정농마을 사람들의 그리움 가득한 밥상을 만나본다.

 



꿈에선들 잊힐리야, 65년을 기다린 기적 같은 만남

 – 이산가족 이순규씨 가족 밥상


북에 있는 남편의 이름과 남에 있는 아내의 이름이 

나란히 걸린 문패가 달린 빨간 지붕 집 주인인 

이순규씨와 그녀의 아들 내외. 2015년 남북 

이산가족 찾기 상봉 때 남편과 만나 화제가 되었던

 순규씨는 결혼하고 7개월 만에 헤어졌다가

 65년 만에 만난 남편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단다.

 6.25전쟁이 시작되고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러

한 달만 다녀오겠다던 남편은 그 뒤로 돌아오지 

못했고, 임신을 한 줄도 몰랐던 순규씨는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아들 장균씨를 낳아 길렀다. 

남편이 혼인할 때 입었던 옷을 손질하며 첫 10년은

 매일같이 남편 오인세씨를 기다렸다는 이순규씨. 

그러나 더 이상 남편이 살아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30년 넘게 제사를 지내며 산 순규씨 

가족들에게 북에 있는 오인세씨와의 만남은 

기적이자 행복이었단다. 그러나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의 만남 후, 또다시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65년만에 만나 따뜻한 흰 쌀밥 한 끼 못 해준 게 

너무 마음에 걸린다는 순규씨.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남편이 예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한 상 차려주고 

싶다는데~ 남편이 떠나기 전날 아침에 먹었던

 호박잎 된장국과 그 시절에는 귀해 잘 먹지 못했던 

미꾸라지 짜글이와 흰 쌀밥을 짓는 순규씨. 

짧은 만남 후 그리움이 더 커져간다는 이순규씨 

가족의 남편을 위한, 아버지를 위한 밥상을 맛본다.


 



지척에 두고도 갈수도, 볼 수도 없는 내 고향, 내 가족

 – 교동도 청춘부라보  


황해도 연백과 불과 2km 남짓 떨어져 있는 강화

 교동도. 시간이 멈춘 듯한 대룡 시장에는 골목 

곳곳에 실향민들의 삶이 묻어난다. 특히 이 시장 

골목에는 ‘청춘부라보’라는 이름을 가진 실향민들의

 사랑방이 있다. 이곳에서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끼리

 황해도 고향 음식도 나누고 옛 이야기꽃도 피우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이 사랑방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기 위해 모두가 팔을 걷어붙였다. 골목

 한쪽에서는 잔치 때면 먹던 강아지떡을 만들고, 

부엌에서는 강화도 순무와 늙은 호박으로 고향에서 

먹었던 호박 김치 지짐을 만든다. 젊은 시절 인민군에

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한동안 숨어 지낸 김청산씨는

 숨어있는 자신에게 밤마다 형수님이 몰래 

가져다주셨던 호박 김치지짐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가족들 생각에 눈물이

 더 많아진다는 청산씨는 북에 있는 가족이 

그리울 때마다 아내 옥순씨와 함께 교동도에서 

연백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가 꿈에서도 

아른거리는 가족과 고향땅을 바라본다. 세월이

 흘러도 보고 싶은 마음은 더 진해진다는 청춘 

부라보 사람들의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밥상을 따라간다.

 



그리움은 자식들에게도 대물림 된다

 – 함경도 출신 이산가족 윤부옥씨 밥상 


언젠가 다시 고향에 돌아가겠다며 실향민들이 고향

 가까이 터를 잡은 도시 속초! 속초는 원래 양양군

 소속이었으나 실향민들이 워낙 많이 모이다 보니

 시로 승격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피난 나오면서

 부모님, 동생들과 헤어진 함경도 출신 이산가족 

윤부옥씨도 이곳 속초에 자리를 잡았다. 열아홉,

 집 떠나올 때 손에 뭉생이떡을 쥐여주며 피난 

가는 배에서 배곯지 말라 하셨던 어머니! 어머니를 

이렇게 오래도록 못 보게 될 줄은 몰랐다는 부옥씨는

 북에서 어머니가 해주셨던 조밥식해와 

도루묵 맑은탕, 조갯살 가지소박이찜을 이제는 

자식들에게 해 준다. 속초에 정착한 함경도

 출신 2세들이 함께 모이는 날! 부옥씨와 함경도 

출신 아낙들은 함경도 피난민 2세인 자식들을 위해

 고향 음식을 준비한다. 함경도 출신 2세들에게도

 북에 있는 고향은 특별한 의미라는데……. 고향 

음식을 먹으며 자신들의 뿌리인 함경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2세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부모님들의 고향을 찾아가고 싶다는 함경도 

2세들과, 두고 온 가족을 만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지 못한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는 부옥씨와

 함경도 출신 아낙들의 향수 가득한 밥상을 찾아간다.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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