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공감]
야생화 연정
야생화 심어 온 이상범 씨
아내 김연희 씨
강원도 홍천 운무산
세 명의 손자들
멸종위기 희귀식물
다큐 공감 260회 미리보기
야생화 연정
한 송이 꽃을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꽃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강원도 홍천의 한 산골짜기에 들어가
15년 동안 야생화를 심어 온 이상범(62) 씨는
“꽃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었고, 꽃들이
나를 살렸다”라고 말한다.
야생화는
먼저 피는 꽃이 나중 피는 꽃보다 잘났다 하지 않고
꽃잎이 크다 하여 잎새 작은 꽃들을 무시하지도 않으며
저마다 제 이름에 걸맞은 색깔과 향기를 가지고
제 몫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는
사실...이상범 씨가 꽃을 키우며 ‘꽃들에게 배운
삶의 지혜’를 함께 나눠본다.
▶꽃을 사랑한 남자
강원도 홍천 운무산 골짜기에는
15년 동안 300여 종의 야생화를 심고 가꿔온
이상범(62) 씨가 아내 김연희(59) 씨,
그리고 세 명의 손자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가 가꿔온 야생화 중에는 미선나무, 복주머니란,
삼백초 등 멸종위기 희귀식물들도 포함돼 있다.
고추 농사, 벼농사가 시작되는 농번기에도
그는 밭에 올라가 꽃씨부터 심는다.
부인 김연희 씨는 그런 남편이 마땅찮다.
내다 팔 수 있는 작물도 아닌데
야생화에만 정성을 기울이는 남편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꽃을 사이에 두고,
‘실용주의’ 아내와 ‘낭만주의’ 남편의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된다.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이상범(62) 씨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아프게
기억하는 말은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다.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이다.
지역 유지의 아들이자 위탁영농회사 대표로서,
40대 초반에 인생의 봄날을 맞았던
그는 신용보증 문제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 그는 홀로 산골짜기에 들어와
꽃을 심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부잣집 사모님 소리 듣던 아내는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던 양계장을 도맡아
운영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전 재산을 탕진하고,
충격 받으실 아버지를 생각해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상범 씨는 아직도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빚을 떨칠 수 없다.
삶을 절망하던 시기에, 그를 회복시킨 건 야생화였다.
‘꽃’이 ‘약’이 되었던 것이다.
▶이름 없는 꽃은 없다.
남들은 한창 논밭에서 김매기를 하는 농번기에
이상범 씨는 꽃밭의 풀을 뽑느라 바쁘다.
자고 나면 한 뼘씩 자란다는 잡초를 뽑는 동안
그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가 하찮게 여겨 가끔은 ‘잡초’라고 부르는 풀이
가꾸면 어여쁜 ‘화초’가 되고,
먹으면 맛있는 ‘산나물’이 되며,
또 누군가에겐 귀한 ‘한약재’가 된다는 사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풀 한 포기도 그것이 있어야
할 제자리를 찾으면 긴요한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말한다. “잡초야 미안해...”
▶“자세히 봐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한 시인이 말했다.
”꽃은 자신을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
300여 종에 이르는 야생화를 키우면서 이상범 씨는
몸을 낮추고 자세히 들여다볼 때
꽃은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자신을 맞아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두운 땅속에서 씨앗이 꿈틀거리고,
새싹이 땅을 비집고 밖으로 나오는
경이로움을 지켜보면
그 어떤 식물도 못난 것이 없다.
인간관계도 매한가지. 눈을 마주치고 사랑을 줄 때
예쁘지 않은 꽃이 없듯 예쁘지 않은 사람 또한 없다.
그는 눈 녹고 꽃 피는 일이 곧 사람의 일이라는
세상살이의 이치와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사람살이의 이치를 야생화에게서 배웠다.
■ 방송일시 : 2018년 07월 21일(토) 저녁 7시 10분 KBS 1TV
■ 프로듀서 : 송대원
■ 글·연출 : 임미랑
■ 제작사 : 지을작作
■ 내레이션 : 양희은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