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공감]

 물러나... 산문에 들다 

은퇴 후 마음출가

 임서기 

경북 봉화  천년고찰 

문수산 축서사 

열여섯 행자 수행 이야기

 7일간의 마음출가 




다큐 공감 251회 미리보기 

  

물러나... 산문에 들다


어느 봄날, 은퇴자 열여섯 명이 산문에 들었습니다.

일주문에 나이도, 사회적 지위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름하여 “은퇴 후 마음출가

 

인도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생 4단계 중

 세 번째는 ‘임서기’로 숲에서 사는 시기를 말합니다.

50세에서 75세까지 가족을 떠나 숲에서 살면서

 자신의 내면을 추구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여기, 경북 봉화의 천년고찰 문수산 축서사에도 

한국적 임서기를 자처하며 속세의 일상을 접고

열여섯 명이 찾아들었습니다. 녹록치 않는 세월을

 열심히 살아온 이들이지만 돌아보니 행복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세월, 누군가는 사회적 출세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고 사업 실패와 가정 불화 등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좌절도 겪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공부해

 보겠다 마음먹었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포기를

거듭하기도 했습니다. 이곳 축서사에서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남은 생애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은퇴 후 마음 출가’를 감행한 이들의 7일간의

 특별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산사로 들어오기 열흘 전,

아버지를 떠나보낸 이춘호 전 기자가 들려주는나와

 열여섯 행자들의 솔직담백한 수행이야기

 

- 일곱 살이 되다

법조인으로 40년 넘게 살았지만 줄곧 원하는 삶이 

부처님 공부하는 것이라는 변호사, 평사원으로

시작해 성공을 위해 달리느라 스트레스 관련 모든 

질병을 앓고 있는 전 외국계 회사 CEO, 젊은 시절부터

출가를 소원했지만 자식, 남편, 아버지의 도리에 

발목이 잡혀버린 전직 교사 등 전국에서 모여든 

우리의이웃들입니다.

 

이들이 축서사에 들어와 처음 한 것은 휴대폰을

 반납하고 세상과 단절하는 일이었습니다.

 ‘무無’자 돌림의법명을 받고 ‘오직 행할 뿐’이라는 

행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도를 맡은 선업스님의 

주문은 “일곱 살로돌아가라”였습니다. 다름 아닌 

세속의 물을 빼고 어릴 적 동심을 찾으라는

화두였습니다. 초심자는물론 40년 절집 베터랑까지

 지금까지의 알음알이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 

모두 내려놓으라는것이었습니다. 그 텅빈 마음에

 자연의 법문이 오롯이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낙숫물 떨어지는 흙바닥에서/

동그랗게 동그랗게 물방울이 구르고

앉은 자리가 극락이니 그 소리는/

천지간에 音樂이 되어 구른다

- 박봉련/무안 행자

 

- 나를 만나는 것이 곧 부처를 만나는 일이다

열여섯 명의 행자들은 만다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 깊숙이에 있는 해묵은 감정들을 그대도

쏟아냈습니다. 행자들은 이제껏 남편 탓, 아내 탓,

 남의 탓만 하던 자신의 민낯을 만났습니다. 지금껏

바위 같이 무거운 짐을 혼자만 지고 있다는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가족의 아픔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최고령 행자도저만치 숨죽이며 울고 있습니다.

 

기와 위에 욕심껏 꾸민 마음의 정원을 곧바로 되돌려

 놓으라는 선업 스님의 말씀에 당황한 행자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삶에 집착하고 욕망을 갈구했던

 자신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본래의 나, 첫마음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것이 바로 참회이고 용서이며 

또 남은 생애를 위한 마음의 깃발을 바로 세우기 위한

발원이기도 했습니다.

 

돌이 지극 하면 탑이 되고 탑이 지극 하면은

 꽃이 되는 그런 마음,

제 일상이 돌이라면 제 일생은 꽃이 아니겠습니까?

일상에서 끝을 보려 하는 게 아니라 살고 나니

 결국 일생이 꽃처럼

아름다운 한편의 드라마가 되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 이춘호/무주 행자

 

- 수행도 놀이처럼

이제 열여섯 명의 행자들에게 수행은 놀이처럼 

유쾌한 일상입니다. 느티나무 아래서 펼쳐진 작은

연주회는 마음공부를 향한 행자들의 치열한 열정에 

쉼표가 됐습니다. 행자들은 7일간의 마음출가에서

찾은 그 첫 마음을 연등에 실어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은퇴 후에는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겠다 소원한

행자들도 부처님께 재능 공양-무촉 행자의 승무, 

무성 행자의 바이올린 연주, 무안 행자의 냉이꽃,

무설 행자의 머위쌈에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닮고

 싶다는 값진 마음을 담아 올렸습니다.

 

이춘호 무주 행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세 번째

 제문으로 “생사일근(生死一根, 삶과 죽음이

하나의 뿌리)”글씨와 동요 ‘구름’을 불렀습니다.

 마음출가를 하고 나니 모든 것이 나의 문제였습니다.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내가 변하니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진리를 깨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축서사 산문을 나서는 행자들에게

무여 스님은 죽비처럼 다시 화두를 내렸습니다.

 

흔히 이 세상 사람들이 세상에 읽는, 책에서 배운,

 책에서 얻는지혜는 반딧불에 비유해요.

 그러나 수행을 해서 얻는 지혜는

태양에 비유합니다. 

이 태양과 반딧불이 비교가 되겠어요.

-무여 스님/문수산 축서사 주지


■ 방송일시 : 2018년 5월 19일(토) 저녁 7시 10분 KBS 1TV

■ 프로듀서 : 송대원

■ 글 ·연출 : 서미현

■ 제 작 사 : 미디어 파라콘

■ 내레이션 : 강신일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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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공감]

아버지는 광부였다

 탄광 광부의 삶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병문 

태백 국내 최대 탄광촌 폐광 

축전차 운행 아버지 

선탄부 여자광부 검은 장미 

안산 진폐증 



다큐 공감 247회


아버지는 광부였다

 

생사(生死)가 순식간에 갈라지는 사투의 장.

검은 땀, 검은 눈물이 흐르는 곳, 탄광.

1980년대 중반.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정책 이후,

많은 탄광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1세대 산업전사로

치열한 삶을 살아온 광부들의 땀과 눈물도 잊혀져가고 있다.



 

10여년의 긴 시간 동안... 사라져가는

탄광과 광부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온 한 남자가 있다.

어쩌면 그에게 ‘광부’라는 이름은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의 고향은 한때 검은 노다지를 찾아 온 사람들로

 북적였던국내최대 탄광촌, 태백. 그의 아버지도

 태백에서 평생 광부로 살았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병문(58세).

 

그가 담아온 사라져가는 탄광과 광부의 삶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가족을 지켜온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자,

이 땅에 모든 광부에게 바치는 땀과 눈물의 

헌시(獻詩)이며,

우리가 기억해야할 치열했던 희망의 역사다.

 

마지막 탄광이 문을 닫는 날까지...

그의 카메라는 아버지의 시간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주요내용>

 

□ 사라진 탄광, 땀의 흔적을 찾다

불과 30여 년 전, 태백은 국내 최대 탄광촌이었다.

거리에 개들도 입에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옛 시절의 영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검은 노다지를 캐러왔던 사람들이 빠져나간 태백의

 겨울 한복판.

태백의 한 폐광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병문(58세)씨를 만났다.

모두의 기억에서 조차 문을 닫은 폐광.

그곳에서 그의 카메라는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나의 아버지, 광부의 시간을 기록하다.

한 번도 사진을 전공한 적은 없는 박병문 작가.

독학으로 사진공부를 시작해 백두대간 여린

 야생화를 찍던 그는

10여 년 전부터 전문사진작가도 힘든 지하 1000미터, 

막장에 갱도 안을 광부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박병문작가. 그에게 ‘광부’의

 기록은 숙명이었다.

태백 탄광에서 평생 축전차를 운행해온 작가의 아버지.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그리움은 죽음과 사투하며

 가족을 지켜낸 이 땅의 모든 광부를 기억하는 

치열한 기록이 되어갔다.

 아버지의 검은 초상화를 그리다

시대의 흐름에 밀려 광부라는 이름조차 잊혀져가는 

지금.박병문 작가의 흑백사진은 생사가 순식간에

 갈리는 막장 안에서 1세대 산업전사로 삶을 캐온 

광부의 시간과 철거되어 사라져간

탄광마을의 행복했던 한 때를 묵묵히 증언해 주었다.

그렇게 탄생된 그의 첫 사진작품 

‘아버지는 광부였다’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마침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고의 명예, '온빛 다큐멘터리(2016)'과

‘최민식 특별 대상(2013)’수상이라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선탄부’ 여자광부, 검은 장미를 만나다

박병문 작가가 세상에 처음으로 존재를 알린 

특별한 광부가 있다.

지하에서 채굴된 탄들을 선별하는 작업장, 

선탄부에는 갑작스런 탄광사고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광부의 아내들이 특채 채용되어 일하는 

작업장이다.

금녀의 땅, 탄광촌에서 유일하게 여자들이 일하는

 공간, 선탄부.

광부의 그늘에 가려 늘 조연으로 일해 온 

선탄부 그녀들을

박병문 작가는 ‘검은 장미’라 부른다. 

지상막장의 힘겨운 사투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온 또 다른 아버지, 

검은 장미의 하루를 만난다.

 

 광부의 인생길을 마주하다

태백의 광부들이 떠나와 공단지대에 일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제 2의 태백이라 불렸던 ‘안산’.

 그 곳의 한 병원에 광부로 평생 살아온 

김정동 할아버지가 진폐증의 고통 속에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계신다.

평생 광부라는 이름으로 젊은 날을 다 보내고 

남은 시간도숨을 쉬기 어려운 진폐증으로 고통 

받는 광부들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박병문 작가. 그는 김정동 할아버지가 평생을 

기록해 온 탄부일기 속에서

지난날 광부 아버지들이 걸어온 인생길과 마주한다.


 

ㅁ 방송일시 : 2018년 4월 21일(토) 저녁 7시 10분 KBS 1TV

ㅁ 프로듀서 : 김규효

ㅁ 연출 : 송 경

ㅁ 작가 : 강남우

ㅁ 내레이션 : 양지운

ㅁ 제작사 : 매그넘픽쳐스

 

 

[출처]  kbs 



pi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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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공감] 

시인 할매 

 전남 곡성 길 작은 도서관 

김선자 관장 동네 할머니들 

시집 그림책 

시가 눈처럼 내리는 마을 





다큐 공감 246회


시인 할매


‘맛깔스러운 사투리로 쓴 시가 심장을

 저미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한글조차 몰랐던 시골 할머니들이 쓴 시를 읽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낀 소회다.

 

전남 곡성의 조그만 시골마을.

이곳에 빈집을 개조해 ‘길 작은 도서관’을 만든 

김선자 관장은 동네 할머니들을 모아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글의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 

시를 써보길권했는데 할머니들이 쓴 시는 그냥 시가

 아니었다. 가난했던 지난 세월을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의 노래였다.

그 시들을 묶어 시집도 내고 그림책도 냈다.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하고 한 평생 농사만 짓고

 힘겹게 살아온 이들이 어떻게 시를 쓸 수 있었을까?



 

시인 할매들의 사계절 일상을 시골 마을의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담아내 거친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돌아본다.


▣ 겨울, 질긴 세월 그저 잘 견뎠다

 

시집

        김점순

 

열 아홉에 시집왔제

눈이 많이 온 길을

얼룩덜룩 꽃가마를 타고

울다가 눈물개다

울다가 눈물개다



       윤금순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할머니들의 인생에서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가난해도 너무나 가난했고 힘들어도 너무나 힘들었다.

학교를 다니지도 한글을 배울 엄두도 못 내고 

우리 어머니들은 오직 일만,

그렇게 자식 바라보며 일만 하며 살았다.

 


 봄, 까막눈을 이제야 뜨고 보니..

 

나의 한글

   양양금

 

나는 동생들만 키우니라고

어려서 학교를 안갔다

글자를 모른 께 친구들하고 놀다가도

너는 글자도 모른 것이 까분다고

말을 들었다

기가 팍 죽었다



나의 한글

   김점순

 

큰 아들이 1학년 때 였다.

글자도 모른디 숙제를 가르쳐주라고 했다

니 아부지 오면 가르쳐 주래라 했더니

방을 뒹굴뒹굴 구르면서 울었다

애가 터졌다

지금이라면 가르쳐줬을텐데

 


간판도 못보고 전기요금이 날아와도 볼 수 없었다. 

할머니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런 할머니들의 

마음을 알아준 이가 있었다. 마을에 빈집을 개조해

‘길 작은 도서관’을 만든 김선자 관장이다. 

도서관 정리를 도와주러 온 할머니들이 책을 거꾸로

 꽂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들을 모아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시로 한번 써보시라 했다.

 주옥같은 시들이 쏟아졌다.

본래 시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여름,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랑가

 

선산이 거기 있고

                     윤금순

선산이 거기 있고

영감도 아들도 다 거가 있은게

고구마라도 캐서 끌고 와야한디

감나무까지 다 감아 올라간 칡넝쿨도

낫으로 탁탁 쳐내야 한디

내년엔 농사를 질란가 안 질란가

몸땡이가 모르겠다고 하네


 

올해 82, 윤금순 할매는 유난히도 질긴 세월을 

살아냈다.느지막이 사업에 성공해 시골집까지 새로

 지어준 듬직했던 큰 아들이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 충격에 몸져 누웠던 영감도 이듬해 아들을 따라

 가버렸다.금순 할매도 우울증으로 수년간을 말없이

 살았다.그래도 남은 자식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혼자 사는 엄마가 걱정인 자식들은 힘들다며 

농사도 제발 그만 지어라 한다.

금순 할매는 올해를 끝으로 농사를 안 지을까?

 

 가을, 그저 오래만 살아다오

 

추석

   박점례

새끼들을 기다렸다

보고 싶고 보고 싶은 새끼들

이 놈도 온께 반갑고

저 놈도 온께 반가웠다

새끼들이 왔다 간께 서운하다

집안에 그득흐니 있다가 허전하니

 

달도 텅텅 비어브렀다


추석

    양양금

셋째가 그날까지 근무하고 늦게 왔다

‘저녁판에 내려갈게요’ 한다

대전인가, 목포인가 갈쳐줘도 모르겠다

안 오께 또 내다보고 또 내다보고

 

올때가 되면

맥없이 우째서 이렇게 안 온가 하고

달도 마을 밖을 내다본다

 


그래도 할매들은 다행이라고 말한다.

힘든 세월 살았지만 덕분에 자식들 살기 좋은 세상에 

살고 있으니. 할매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힘은 

자식이었다.

조금만 더 몇 년 만이라도 더 살고 싶은 건

 자식들 더 잘 되는 모습을 보고싶어서이고 자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할매들의 소원은 그저 하나다. 

자식들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

차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우리 어머니들의

 삶과 마음이 여기에 있다.

 


■ 방송일시 : 2018년 4월 14일(토) 저녁 7시 10분 - KBS 1TV <다큐 공감>


■ 연출 : 이종은

■ 글, 구성 : 박소희

■ 제작사 : 제이리미디어

■ 내레이션 : 명세빈

■ 시낭송 : 손정아


[출처] k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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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 공감]

고마웠소, 잘가시오 

섬마을 꽃상여  

청산도 읍리마을 

임자도 노화도 

전통장례문화 




다큐 공감 243회 미리보기 


고마웠소, 잘가시오 섬마을 꽃상여


같이 살던 정리가 있제, 잘 이별한기 위해

 꽃상여를 하는거여

 


청산도. 간밤에 날아든 부고 소식에 읍리마을은 

분주하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97세

할머니를 마지막 보내는 길. 마을 사람들은 회관에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그래도 아직은 힘이

남은 60대 남자들은 상여꾼이 된다. 

“꽃상여 타고 가야제” 

꽃상여가 있는 장례에서는 마을 사람 전부가 유족이

 된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장례를 준비하고,

같이 울며, 같이 고인을 보낸다. 평생을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보내주는

마지막 가는 길. 꽃상여는 그 가족과 이웃이

고인에게 보내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선물이다.

 

돈을 보고 하는 건 아닙니다. 몇 분 안남은

 섬 어르신을 위해 하는거죠

 

청산도와 임자도 일대에서 초상이 나면 전남 강진에 

사는 조형종씨에게 연락이 간다.

 그는 꽃상여를 만드는 사람이다. 하루에 열 개 나가던

 것이 한 달에 열 개로 지금은 한달에 한두개가

고작이지만 그는 아직 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육지에서는 꽃상여 문화가 거의 사라진지 오래.

 하지만 섬마을에서는 아직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꽃상여를 찾을 때가 있다. 당시 섬마을에서의 삶이란

 가난과 바다와 싸워야 했던 삶. 고단했던

인생의 마지막 길.꽃상여는 그분들에게 마지막

 보상이며 선물인 것을 알기에 만드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노화도에서 꽃상여를 만드는 이의호씨도 

마찬가지. 40년 가까이 만들어온 꽃상여를 그는

죽을때까지는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다. 상여 소리꾼인 

임자도의 김석근씨는 꽃상여가 사라져가며

상여 소리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누군가 배우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기꺼이 전수하고

싶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다. 사라질 날이 머지 않은

 우리의 전통장례문화. 어쩌면 이들은 그

문화의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고마웠소, 잘 가시오 ?섬마을 꽃상여

 

97세에 돌아가신 청산도 할머니의 초상. 호상이라 

불릴만 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손녀부터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눈물 바다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키우고 , 여기에 엄마

없이 자라야했던 손녀까지 거둬 키웠다.

 

큰아들과 막내아들을 먼저 보내야했고 마지막엔 몸이

 아파 고생했다. 그 사연을 잘 아는 유족과

이웃이기에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은 눈물바다. 

그저 하늘에서는 먼저 간 아들들을 만나 고생없이

편히 지내기를.. 그것이 꽃상여에 태워 할머니를

 보내는 남겨진 이들의 바람이다.

 

노화도에서 만난 장례식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영감, 잘 가. 우리 애들 잘 도와줘.. 나도 금방

 따라 갈테니까”

 

라며 호탕하게 웃는 할머니. 사위를 꽃상여에 태우고

 놀이하듯 행진하는 상여꾼들. 그리고

그 모습을 구경하는 마을 사람들. 이곳에서 장례는

 하나의 축제다. 하지만 꽃상여로 남편을 보내고

자식들도 모두 육지로 돌아간 다음 이수애 할머니는

 남편이 있을때는 내내 틀던 보일러조차 꺼두고

남편이 누워있던 아랫목을 보며 눈물 짓는다. 

“같이 있다 혼자 남으니께 너무 허전하요”


꽃상여. 

그것은 한평생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남은 

사람들이 주는 마지막 선물. 

고마웠소, 잘 가시오...

섬마을 꽃상여에 담긴 애틋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 방송일시 : 2018년 3월 24일(토) 저녁 7시 10분 ? KBS 1TV


■ 책임프로듀서 : 김규효

■ 연출 : 정갑수

■ 작가 : 하주원

■ 제작사 : 지우픽처스

■ 내레이션 : 윤주상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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