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436회 미리보기

 

사채 탈출기

 

2023년, 돈 없는 서민들은 어디서 어떻게

돈을 구하고 있을까? 코로나 내내 빚으로

빚을 막으며 버텨오다가 결국 무너진 자영업자.

빚내서 집 샀다가 맞벌이가 외벌이 되고

아이까지 아프면서 삶의 끄트머리에 선 가장.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까지. 들어갈 돈은

많은데 부모는 쓰러지고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당한 청년.

 

2023년,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 프로그램은 삶의 끝자락에 선 서민들이

돈을 구하려다 무너지는 실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와 함께, 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기생하는 사채업자들의 얘기도 들었다.

사채 시장은 2023년, 한국 사회의 가장

서글프고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 자영업자, 쓰러지다.

 

옷가게 점원으로 10년을 일했다.

옷을 좋아했고, 사람 만나 장사하는 게 좋았다.

코로나가 닥쳤다.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든

가게에서 더 이상 점원으로 일할 수 없었다.

스스로 사표를 내고 옷가게와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사업은 어려웠다. 거래처 대금을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생각되던 어느 날,

사채를 빌렸다. 빌린 사채는 곧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사채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냈다. 사채업자는 빚 담보로 나체 사진을

요구했고, 이자가 밀리자 사진을 거래처에

뿌렸다. 또 다른 대출업체는 빚이 밀리자

찾아와 때렸다. 더는 옷을 팔 수 없었다.

집 밖으로 나서기도 어려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숨통을 조여오는 불법 추심의 현장

 

취재진은 연체한 불법 사채 피해자와 하루를

함께 했다. 협박은 기본, 욕설이 난무했다.

약속시간까지 돈을 안 갚으면 죽이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채무자는 두 아이의

아빠였다. 아이들은 자주 아팠다.

집 담보대출부터, 아이 병원비, 생활비.

돈이 부족해 급한 맘에 한번 사채를 쓰니,

발을 뺄 수가 없었다. 빚을 돌려막다보니,

빚을 진 업체가 수십개로 늘어났다. 그러다

본인이 시달려온 사채 일당이 모두

한통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이

이들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채업자 총책은

외제차를 몇 대씩 몰고, 최고급 아파트에

살며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총책 아래 고용된

사채업자들은 고용된 자로서 ‘충실하게’

본인 업무를 수행했다. 채무자를 벼랑 끝으로

몰며 본인 배를 불렸다. 악은 판단력이

흐려진 서민들에 충실하게 기생했다.

 

■ “자식 건드리면 없던 돈도 나와요”

 

사채업자들의 실체가 궁금했다. 취재진은

전직 사채업자를 만났다.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선 전직 사채업자는 솔직하게

실상을 말해줬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 돈이 나왔다. “짜면 돈 안 나오는

사람없어요. 자식 건드리면 장사없어요.”

누구보다 인간의 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에

좋은 자식은 없어도 좋은 부모는 많다고.

사람들은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구해왔다.

사채를 썼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기에

신고도 잘 하지 않았다. “걸려도 안 무서워요.

어지간하면 벌금으로 풀려나니까.

돈 많으니 좋은 변호사 쓰면 돼요.

그리고 나와서 또 하면 됩니다.”

 

■ 왜 자꾸 사채를 쓸까?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사채를 쓰고 있는

사람은 모두 76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사채시장 규모는 10.2조원. 이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왜 자꾸 서민들이 사채를 쓸까?

사채업자들은 왜 활개를 치는가? 불법 사채를

해도 잘 잡히지 않고, 제대로 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잡힌

사람은 지난해 천 여 명. 이 가운데 20명이

구속됐다. 불법채권추심 위반으로 잡힌

사람은 580여 명이다. 이 가운데 딱 2명이

구속됐다. 사채는 돈이 된다.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에는 미등록 대부업자에게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해주게 되어있다.

사채업자는 불법을 저지르다 잡혀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받는다. 땅 짚고

헤엄친다. 돈이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최고 이자율을

6%로 낮추자는 법안은 4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 2023, 사채 탈출기

 

시사기획 창 취재진이 대부나라 글을 7천 여건

살펴봤더니 사채를 쓰는 사람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50만원 이하의 돈을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당장 50만원이 없어서

사채의 늪으로 빠져든다.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

인생의 끄트머리에 선 돈 없는 서민들,

이성적인 판단이 안돼 사채에 발을 디딘

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프로그램은

오늘 여기를 사는 우리네 서민들의 아픈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늪에 빠진

서민들이 어떻게 사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치는지, 그 노력은 때로 어떻게 실패하고

어떻게 성공하는지 보여준다. 악은 가장

평범한 얼굴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곧 야수의 얼굴을 드러낸다. 이 프로그램은

평범한 서민들이 삶의 굴레에 빠지고,

다시 몸부림치며 그 악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조명한다. 그 속에서 다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본다.

 

취재기자 : 손은혜

촬영기자 : 민창호

영상편집 : 이종환

자료조사 : 김제원

조연출 : 진의선

 

방송일시 : 2023년 9월 26일

(화) 밤 10시 KBS 1TV /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kbssis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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